숫자 없는 경제학

인물, 철학, 열정이 만든 금융의 역사


저자        차현진

출간일    2023-10-30

ISBN      9791157063093 

쪽수        384쪽

값            20,000원

경제학 교과서 밖의

진짜 경제 이야기


《금융 오디세이》의 저자 차현진이 ‘사람 냄새’ 나는 경제서로 돌아왔다. 《숫자 없는 경제학》은 경제를 딱딱하고 어렵게만 생각해 온 사람들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다. 이 책에서는 경제학 공식이나 숫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와 드라마, 소설, 그림, 철학 등 누구에게나 친숙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경제학의 원리와 경제사의 교훈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우리 주변에 숨겨진 경제 논리를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아는 경제 이론과 조직이 출현하게 된 원인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거시적 시야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케인스, 지아니니, 화이트, 에클스 등 주요 경제인의 철학과 열정을 통찰하면서 경제학의 인간적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문文, 사史, 철哲’의 관점에서 바라본 경제학
예술, 역사, 철학에 비춰 보는 화폐와 금융 이야기


『숫자 없는 경제학』은 일반적인 경제 서적이 아니다. 경제학 교과서에 흔히 등장하는 통계나 수식이 없다. 숫자와 공식으로 가득 찬 일반 경제학 교과서는 경제 이론을 효율적으로 소개하는 데 내용의 대부분을 채운다. 그렇기에 경제 이론이 나오게 된 사회적 배경이나 그 이론을 관철한 사람의 내면세계와 같은 중간 과정이 생략된다. 그 결과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경제학 책에서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런 아이러니를 극복하려면 경제문제는 경제학 교과서를 뛰어넘어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은 경제 현상과 사회제도의 변화를 살피면서 관계된 인물들의 열정과 고민을 포착해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경제학 교과서 밖의
진짜 경제 이야기


특히 『숫자 없는 경제학』에서는 소설과 드라마, 명화, 철학 등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적 배경을 통해 경제문제에 접근한다. 이를 중심으로 각종 경제 원리와 경제사의 교훈을 살펴본다.

화폐제도를 다룬 1장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토머스 모어의 풍자시와 제임스 길레이의 풍자화를 통해 금을 둘러싼 기나긴 소동을 들려준다. 이를 통해 ‘돈은 곧 금’이라는 금본위제도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지녔는지를 알 수 있다.

2장 〈작전명 발키리〉에서는 화폐제도를 장악하려는 지배자들의 욕망을 보티첼리의 그림을 통해 살펴본다. 15세기 메디치 가문의 ‘위대한 로렌조’는 ‘콰트리노 비앙코’라는 새 화폐를 만들어 정권 유지 비용을 충당하려고 했다. 조선의 이성계와 태종, 레닌과 히틀러 같은 지배자들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화폐제도에 손을 댔다. 그렇다면 과연 영원하지 않은 통치자가 그보다 수명이 긴 화폐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을까.

금융 혁신을 다룬 3장과 4장에서는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인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글래디에이터〉의 제목을 인용해 아마데오 지아니니와 매리너 에클스라는 거물 경제인을 조명한다. 이 두 개의 장을 통해 저자는 세계 최대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세운 지아니니의 프런티어 정신과 연방준비제도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지킨 에클스의 검투사 정신을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5장과 6장에서는 금융시장에 대해 다룬다. 먼저 5장 〈바보들의 행진〉에서는 1970~80년대 미국의 인기 드라마 〈댈러스〉가 등장한다. 석유 재벌이었던 헌트가를 패러디한 것인데, 저자는 결국에는 패망한 헌트 형제의 무모했던 은 투기 전략을 예시로 들면서 개인은 결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6장에서는 소설 『파운틴헤드』의 작가 아인 랜드의 객관주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녀의 객관주의는 미국의 시장 지향 자본주의, 즉 신자유주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녀의 직계 제자인 앨런 그린스펀 역시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경제지표를 신봉하고 규제 완화를 추구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는 아인 랜드와 그린스펀의 신념의 오류를 증명하는 사례가 되었다. 저자는 객관주의와 정반대였던 20세기 철학의 주요 흐름, 괴델의 ‘불완전성의 원리’와 하이델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예로 들며 아인 랜드와 그린스펀을 비판한다.

아울러 7장과 8장에서는 금융 안전망에 대해 다룬다. 특히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제목을 빌려온 8장 〈잇츠 나우 오어 네버〉에서는 예금보험제도의 연원과 의미를 살핀다. 저자는 이 장에서 후진적이었던 일본의 금융 시스템을 예로 든다. 과거 일본의 금융시장은 관료의 재량, 금융기관의 체면치레와 눈치 등으로 돌아갔다. 특정 은행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은행들이 자금을 모아 융통해 주는 구시대적 ‘호가초’ 방식의 금융정책도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스미타 사토시 전 일본은행 총재가 도입한 예금보험제도는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만다. 이후 일본 경제는 버블이 붕괴되고 수렁에 빠져들게 되는데, 변화가 필요할 때 적절한 개혁을 실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이 장을 통해 배울 수 있다.

한국은행 베테랑 뱅커 출신이
12년 만에 새로 쓴
“숫자를 넘어선 사람의 이야기”


이번 『숫자 없는 경제학』의 개정증보판(2023)은 8개의 장으로 새로 구성되었다. 2011년에 출간되었던 초판에서 특정 중앙은행을 주로 다룬 탓에 주제와는 다소 동떨어졌던 2개 장을 삭제한 뒤 예금보험제도에 대해 다룬 8장을 새로 추가했다. 각 장 역시 비트코인의 등장,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규제 완화 등 변화한 금융시장을 반영해 재구성했다. 『숫자 없는 경제학』을 기획할 때부터 경제학 공식은 단 하나도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덮고 난 뒤 역사, 경제, 철학, 문학 중 어디에 포함할지 혼란스러워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경제학을 연구할 때는 수식을 뛰어넘는 감성과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숫자 없는 경제학』에서 다루는 문화적 배경 속에 숨어 있는 경제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경제학의 인간적인 면모를 깨닫게 되어 경제학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덮고 나면 ‘경제학은 돈을 넘어선 것을 탐구하는 철학의 일종’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나 자신을 둘러싼 경제학의 세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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