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의 한살이가 이렇게 감동스러울 줄이야!
― 아홉 개의 단정한 생이 전해준 소소한 위로와 생의 교훈
우연한 기회에 필연적으로 누에나방 애벌레를 키우게 된 안은영 작가, 작은 이파리 하나를 나누어 먹으며 무해하고 최소한의 삶을 사는 이 미물들에게 서서히 스며들듯 사랑에 빠진다. 사랑하면 그전까지와는 다르게 보이나니, 아홉 누에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그들의 모습을 구별하게 되는 감동적인 순간을 맞이한다. 꼬물거리는 아홉 누에를 키우며 운명처럼 누에 집사에서 누에 광인으로 진화하는 작가의 관찰 육아 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자라주는 것이 이토록 감사할 줄이야”라고 말하는 그 마음에 공명하게 된다.
그림에 문외한인 작가가 애정 가득한 손끝으로 그린 누에 그림, 이 그림과 어우러진 전지적 누에 시점으로 쓴 별면의 글들이 독자들을 누에나방의 사생활로 흡입력 있게 이끈다. 그리고 속삭인다. 작고 하찮고 사랑스러운 누에와 당신도 사랑에 빠지게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