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가 잃어버린 게 오리가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을 비롯해 몇몇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했다. 사람이 많은 곳과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과 매일 출근해야 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으며 ‘인스퍼레이션’이 없다는 이유로 회사를 금세 그만두곤 했다.
마흔이 넘어 집안이 쫄딱 망한 이후 경기도 산자락 마을에서 지냈는데, 타고난 낙천가인지라 괴로운 생활에서도 나름 즐거움을 찾았다. 소일거리로 밭농사를 지으며 남들이 하찮아 하는 개와 닭과 오리를 돌보고 새의 언어를 연구하고 곤충의 행태를 관찰하면서 태평할 수도, 한심할 수도 있는 세월을 보냈다.
오페라 해설지 번역으로 푼돈을 벌고 온라인에서 닉네임으로 글을 썼으나 곤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명인 채 서둘러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