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글은 영화 장면처럼 선명했다. 좌파 딸과 우파 부모, 서로 다른 남매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읽는 내내 풉 하고 웃기도 했고, 세밀한 날에 마음을 다치기도 했다. ‘아! 저 마음이 나만의 것은 아니었구나!’ 하며 안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몰입해 읽다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놀란 것은 내가 밥벌이로 했던 일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였다. 저자의 경험은 한국 의료와 복지의 문제를 교과서처럼 정확하게 짚어냈다. 묘사의 해상도가 너무 높아 아프기도 했지만,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저자에게 감사한다.
—김선민(전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자기 자신마저 이토록 쉽게 비웃어버리는 지금 이 세상을 향해 “우파 아버지를 부탁해”라고 속삭이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그러나 이 책은 이해타산에 따른 사회적 피로와 혐오주의가 만연한 시대의 조롱 속에서 이제는 의미가 바랜 ‘연민’이라는 오래된 힘을 다그치지 않고, 호소하지 않고, 제 스스로 부드럽게 행사한다. 고통과 수치로 가득한 삶을 울면서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단 한 사람이 어느새 우리를 이해시킨다. 결국 사람 곁에는 쿨하게 비웃는 사람이 아니라 뜨겁게 펑펑 우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다영(《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작가)
아픈 아버지를 돌보면서 겪는 가족들의 따뜻한 이야기. 에세이가 빠지기 쉬운 가식이나 위선 없이 작가 자신을 오롯이 드러내는 글을 만나 반갑다. 평범하면서도 조금은 이상한, 우리네 가족들의 일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홍용호(변호사, 영화 〈폭로〉 감독)
평범하면서도 조금은 이상한,
우리네 가족들의 일상을 따듯하게 바라보게 하는 힘
저자의 첫 에세이집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는 ‘극우에 가까운 엄마 손 여사와 진보적 사고를 하는 딸 김 작가의 좌충우돌 공생기’로, 많은 독자에게 호평을 받으며 31쇄를 넘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덕분에 저자는 자신의 ‘좌파 고양이들’ 아담과 바라와 함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작가 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시, 어느 날 청천벽력의 소식이 찾아든다. 바로,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인해 쓰러지셨다는 것. 저자는 만사 제치고 병원으로 달려가 몸 절반이 마비된 아버지를 간병한다. 이내 아버지는 암과 치매까지 앓으며 저자를 점점 잊어간다. 다섯 형제 중 셋째인 저자는 다른 식구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평소에는 논리적이고 말재간이 좋지만,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아버지 동성 씨. 모 보수 정치인을 “사나이”라 칭하며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지만, 좌파 딸내미 저자에게는 늘 격려와 사랑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반대로 남편, 자식들, 손주들 모두에게 똑같이 거리를 두는 무뚝뚝한 어머니 손 여사. 저자가 완성되지 못한 성과를 자랑할 때마다, “안 된 거잖아. 다 되면 말해”라며 뼈 때리는 말로 ‘입틀막’을 하게 만든다. 크게는 정치 성향이나 세대 갈등으로, 작게는 술먹파와 술안먹파의 갈등으로 여러 파벌을 이루고 있는 가족의 모습은, 마치 우리네 식구들을 보는 듯이 친숙하고 정겹다. 저자는 가족 내 시트콤 같은 일상을 각각 영화의 한 장면처럼 포착해 ‘우리 집도 그런데!’라는 진한 공감과 풉 하는 웃음소리를 끌어낸다.
하지만 가족이라서 더 복잡해지는 문제가 인생에는 늘 도사리고 있다. 아버지가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면서, 간병비와 돌봄 노동을 둘러싸고 가족 사이에는 새로운 유형의 균열과 불화가 생겨난다. 시간, 돈, 돌봄 노동의 수고를 가족 간에 어떻게 분배하고 공유할 것인가? 가족 사이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공평할까? 그런데, 과연 공평한 분배란 존재할 수 있을까?
평범하면서도 조금은 이상한, 우리네 가족 이야기가 읽는 이의 웃음과 눈물을 불러일으킨다. 그저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을 뿐인데 어느덧 초고령 사회를 살게 된 무력한 우리. 병든 부모를 돌보고 있거나 돌보게 될 우리. 늙고 약해질 우리. 그 모두를 위한, 삶과 돌봄 그리고 사랑과 좌절에 관한 가장 개인적이면서 보편적인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