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 신간<국체론> 출간

관리자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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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천황과 미국의 은밀한 관계사, ‘국체’를 알아야 일본이 보인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일본은 파멸하고 있다”고 말한다. 젊은 지식인이 ‘파멸’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자신의 조국을 비판한 것은 놀랍고 충격적이다. 국체란 천황제 중심의 통치 체제를 뜻한다. 상징적인 역할만 하는 천황제가 어떻게 일본을 파멸시키고 있다는 걸까?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저자는 천황제가 존속할 수 있었던 역사적·사회적 배경을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메이지유신 이후 형성된 국체는 다이쇼 시대, 쇼와 시대를 거치며 안정과 붕괴기를 거치다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천황제는 유지되었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그 배후에는 미국이 있었다. 패전 이후 미국은 일본을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천황에게 우호적으로 접근했고, 공산주의의 공포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싶었던 일본 천황은 미국의 보호를 원했다. 천황과 미국이 은밀한 관계를 맺은 후 일본은 전쟁 특수(한국전쟁, 베트남전쟁)로 패전을 딛고 일어나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다. 그 과정에서 친미 보수 성향의 우익 세력이 결성되어 현재의 대미 종속 구조로 굳어졌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총 9장에 걸쳐 국체의 형성과 안정기, 붕괴기를 분석함으로써 일본 사회의 정체성과 존립 기반을 파헤친다. 1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2장에서 역사에서 두 번 반복된 국체에 대해 설명하며, 3장에서 8장에 거쳐 국체의 형성기와 안정기 붕괴기를 비교 분석한다. 그리고 마지막 9장에 이르러 국체의 환상과 그로 인해 깨달은 통찰을 설파한다. 일본 대미 종속의 흔적을 들춰내고, 문제를 파악하는 저자의 분석력은 아주 명쾌하고 신랄하다.

파멸로 가는 일본이 의미하는 것은 한국 사회를 향한 섬뜩한 경고

저자는 전후 탄생한 친미 보수 정치인(일본 우익 세력)들이 전쟁 특수를 누렸던 과거의 영광(경제성장)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며, ‘헌법 개정’을 통해 이를 다시 재현하려 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우익 세력이 일본의 전쟁을 금지한 헌법 제9조(평화헌법)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일본을 파멸로 치닫게 할 것이라는 경고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에 더욱 압력을 가하라’고 주장한 정치 세력은 미국 정부와 일본 아베 정권뿐이다. 한국전쟁은 휴전 상태이고, 미국은 그것을 핑계로 일본에 거대한 군대를 주둔시켰다. 만약 북한이 재일 미군 기지를 공격한다면, 일본은 자위권을 행사해 사실상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저자는 ‘그것이 바로 미국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일본이 해주기를 바라던 일’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패전 이후 전쟁 책임을 몇 차례 부정한 바 있다. 2018년 한국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한일청구권협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저자는 일본 우익 세력의 태도가 ‘패전을 극복할 기회를 박탈하고, 영속적인 패전으로 가는 길’을 택한 것이라고 우려한다.

저자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국 사회에도 매우 시사적이다. 아베 사퇴 후 후임을 뽑는 과정에서 일본 정치의 본질을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또한 일본 못지않은 대미 종속국가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과 한반도 남쪽을 점령한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유사한 체제를 구축했으며, 이로써 발생한 문제도 닮은 점이 많다. 그렇다면 대미 종속 문제의 근원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저자의 통찰은 한국 사회에도 주요한 메시지를 던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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