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 신간<정부가 없다> 출간

관리자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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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남긴 질문을 따라가는 365일의 기록

정부가 없다 | 정혜승

지금으로부터 1년 전 2022년 10월 29일 밤, 저자가 살고 있는 용산구 일대에 위협적 사이렌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 라디오와 TV에 속보가 떴고, 귀가하지 않는 아이를 찾아 저자는 그날 밤 사고현장을 찾았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출간한 이 책 《정부가 없다》의 서두는 바로 그날 밤, 저자가 경험했던 지옥 같은 공포의 순간에서 시작된다.

‘내 아이가 저 도로에 누워 있으면 어떡하지?’ 겁에 질려 남편과 거리를 헤매던 저자는 아이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감을 느꼈지만 그것도 잠시, 가족을 찾아, 친구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이들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지옥을 경험하게 될 다른 이들 걱정에 공포가 밀려왔다.

밤새워 뉴스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던 저자의 비통함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는 것이 곧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도 아니었다”는 정부의 안전 최고책임자의 발언은 마치 ‘정부의 부재’를 확인해준 천둥소리마냥 크게 울렸다.

명백히 정부의 잘못인데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 상황, 사회적 애도와 관계없이 피해자 탓을 하는 여당과 언론의 태도에 저자는 분노가 솟구쳤다. 그 분노와 ‘왜?’라는 질문을 따라가면서 이 기록은 시작되었다.

기자 출신으로 기업과 정부에서 홍보와 소통을 담당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실무진, 참사 유가족, 전문가 32명을 인터뷰했다.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아픔을 공유하고, 어디서 정부의 실패가 비롯되었으며, 정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고 좀 더 좋은 정부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해답을 탐색한다.

2023년 8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분향소가 있는 서울광장에서 국회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희생자들을 기리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폭우 속에 고통스러운 걸음을 이어갔다. 우리는 세월호 이후 또다시 애꿎은 목숨들을 잃었다는 사실에,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 정부의 배신에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

저자는 이 책은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와 사과이자, 피해자들을 비롯해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사과라고 말한다. 이런 시대를 만들어온 어른으로서 젊은 세대에게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말이다.

추천사를 쓴 용혜인 의원은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로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시민들에게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이 책을 통해, ‘유능하고 다정한 정부는 가능하다’는, ‘정부를 만드는 것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들’이라는 위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이 책은 기록광인 ‘정혜승 작가 안의 정혜승 기자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긴 기록기사’라고 추천사를 쓴 김혜리 기자는 말한다. 책의 문체는 담담하고 건조하지만, 김혜리 기자의 말처럼 독자들은 저자가 글을 쓰는 내내 2022년 10월 29일 밤의 위협적 사이렌 소리를 듣고 있었을 거라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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